이제 연재 제2편으로,
1915년 한 해 동안의 제1차 세계대전의 전개 상황을 중심으로
서부 전선, 동부 전선, 발칸 전선, 해상 전투, 그리고 중동과 아시아 정세까지
입체적으로 상세하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.
[연재 제2편] 1915년 – 전쟁의 확산과 지옥의 기술들
총연재: 20편 / 주제: 1차 세계대전부터 냉전까지의 세계사 스토리
1. 고착된 전선, 고통만 늘어간다 – 서부 전선의 참호 지옥
이겨도 이긴 게 아니고, 져도 끝이 아니었다
1915년 서부 전선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.
벨기에 해안부터 스위스 국경까지, 700km 넘게 이어진 참호전은
움직임 대신, 죽음만 더해갔다.
- 이프르 2차 전투 (4월): 독일군이 사상 최초로 독가스(염소가스) 사용
- 프랑스와 영국은 이 가스의 공포에 전율, 이후 독가스는 공통 무기가 됨
- 샹파뉴 전투, 르노 전투 등 수많은 공격이 있었지만
→ 전선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음
→ 수십만 명 사망만 더해졌을 뿐
“전쟁은 인간을 병사로 만들고, 병사를 흙으로 만든다.”
– 서부 전선 어느 병사의 일기
2. 동부 전선 – 대륙의 충돌, 그리고 참혹한 후퇴
서부 전선이 고착된 사이,
동부 전선은 여전히 거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습니다.
독일-오스트리아 연합군의 반격
- 고를리체-타르노프 전투 (5월):
독일-오스트리아 연합군이 러시아군에 결정적 승리 - 폴란드 전체와 갈리치아 대부분을 탈환
- 러시아는 대규모 후퇴, 수백만 명의 전쟁포로 발생
- 후퇴 과정에서 러시아군은 민간인 탄압과 유대인 학살을 자행
→ 역사상 최초의 전시 대규모 민간학살 사례로 기록
러시아는 병력은 많았지만, 무기와 물자는 부족했고
참호보다 후퇴에 더 익숙한 전쟁을 하고 있었다.
3. 오스만 제국 참전 – 전쟁의 판도가 바뀌다
1914년 말 오스만 제국이 참전, 1915년 본격 전선 확대
- 독일 편에 선 오스만은 중동 전역을 새로운 전쟁터로 만듦
갈리폴리 전투 (2월~12월)
- 영국·프랑스·ANZAC(호주·뉴질랜드) 병력이
오스만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을 점령하기 위해
다르다넬스 해협 상륙 작전 개시 - 터키 방어군: 무스타파 케말 (후의 아타튀르크)
- 해상 침공 실패 → 육상 침공 전환 → 참호전 돌입
결과:
- 연합군 25만 명 사상, 철수
- 오스만 제국 승리, 국민적 영웅 탄생
이 전투는 오스만의 마지막 승리이자
호주·뉴질랜드의 국가 정체성 형성 계기가 됩니다. (ANZAC Day)
4.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– 인류사 최악의 범죄 중 하나
오스만 제국 내부에서 벌어진 비극
- 오스만 정부, 기독교계 아르메니아인을 ‘러시아 협력자’로 지목
- 체계적인 추방, 학살, 강제 행군 실시
- 1915년 한 해 동안 약 100만 명 이상이 사망
이 사건은 후일 “20세기 최초의 집단학살(Genocide)”로 불리며,
오늘날까지도 국제 사회의 역사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.
5. 해상 전투 – 무제한 잠수함전과 민간인 희생
독일 U보트(잠수함) 전술 강화
- 영국의 해상봉쇄에 맞서 독일은 무제한 잠수함 작전 개시
- 민간 선박도 무차별 공격 대상으로 지정
루시타니아 호 격침 (5월 7일)
- 뉴욕발 리버풀행 영국 여객선
- 1,200명 사망, 그 중 미국인 128명 포함
→ 미국 여론 격분
→ 독일은 한때 잠수함전 중단, 그러나 이미 외교관계 균열 시작
훗날 미국의 참전 명분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.
6. 이탈리아, 드디어 전쟁에 뛰어들다
- 원래 삼국동맹(독일-오스트리아)의 일원이었던 이탈리아
→ 오스트리아와의 영토 갈등으로 연합국 측에 접근
런던 비밀협정 (4월)
- 연합국은 전후 트렌티노, 달마티아, 알프스 영토 제공 약속
5월 23일 – 이탈리아, 오스트리아에 선전포고
→ 알프스 전선 형성, 이탈리아군은 이스온초 강을 중심으로 12차례 공세 감행
→ 수많은 사상자 발생했지만, 전선은 움직이지 않음
7. 아시아 정세 – 일본의 기회주의적 확장
- 일본은 1914년 독일에 선전포고 후, 중국 산둥반도와 태평양 섬 점령
- 1915년, 중국에 “21개조 요구” 제시
→ 중국의 내정 간섭 + 일본의 경제 특권 강화 요구
→ 위안스카이 정권은 대부분 수용 → 중국 내부 반일 감정 격화
이는 훗날 5·4 운동(1919) 등 민족주의 운동의 불씨가 됩니다.
8. 인도, 아랍, 식민지 – 전장의 이름 없는 병사들
- 영국령 인도: 100만 명 이상이 유럽·중동 전선에 파견
- 아랍 지역: 오스만의 통치에 반감 가진 아랍인들
→ 영국의 로렌스(‘아라비아의 로렌스’) 등이 반오스만 봉기 조장 시작
→ 훗날 아랍 반란(1916)으로 연결
식민지 병사들은 누구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희생자였습니다.
그들의 전쟁은 남의 전쟁이었습니다.
1915년 총정리
전선 | 핵심 사건 |
---|---|
서부 전선 | 독가스 등장, 참호전 장기화 |
동부 전선 | 독일-오스트리아 반격 성공, 러시아 후퇴 |
중동 | 갈리폴리 전투, 아르메니아 학살 |
해상 | 루시타니아 침몰, U보트 공포 |
이탈리아 | 연합국 참전, 알프스 전선 형성 |
아시아 | 일본의 21개조 요구, 중국 반발 고조 |
식민지 | 인도·아랍 병력 동원, 민족주의 불씨 확산 |
마무리: 전쟁은 점점 더 ‘세계’로 변해갔다
1915년,
전쟁은 더 이상 유럽의 싸움이 아니었습니다.
- 중동이 불타오르고,
- 아시아가 흔들리며,
- 해상에서는 민간인까지 죽어갔고,
- 전쟁은 더 지저분하고, 더 비정하고, 더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.
그리고 다음 해,
전쟁은 인류사 최악의 전투들을 만들어내며,
“이제 절망만이 남았다”는 해로 들어가게 됩니다.
다음 편 예고
▶ [연재 제3편] 1916년 – 베르됭과 솜: 죽음으로 쓰는 한 해의 기록
이 해는 전쟁의 ‘의미’가 사라진 해입니다.
전선은 움직이지 않았고, 사람들만 죽어갔습니다.